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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로그

영화 - 박쥐

  • 작성일 2009-04-25 오후 4:54:00
 

같은 이야기도 누가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의미와 이미지가 달라지는 법이다. 동네 아이들의 단순한 말장난도 그럴 것인데 영화는 두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같은 장르의 영화임에도 어떤 작품은 시간 가는지 모르는 반면 어떤 작품은 금방이라도 극장 밖을 뛰쳐나가고픈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것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작품의 전체를 형성하는 감독의 색깔과 역량이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이 2년 반 만에 선보인 신작 <박쥐>는 새삼 그것을 실감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두 말해서 무엇 하랴, 영화 <박쥐>는 누가 뭐라 해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다.

박찬욱 감독에게 영감을 안겨 준 소설 <테레즈 라캥>의 완벽한 재탄생!! 일단,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부터 알고 시작하자!!

단순한 제목만큼이나 단순한 뱀파이어 영화 정도로만 추측하게 되는 영화 <박쥐>는 그 앞에 달린 ‘박찬욱 감독’이라는 이름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것은 뱀파이어 이야기다. 아니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뱀파이어가 된 인간의 치정 멜로다. 소재부터 박찬욱 감독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영화 <박쥐>는 감독 자신이 직접 밝혔듯이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란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에게 강렬한 영감을 안겨 준 소설, <테레즈 라캥>에 대해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을 듯하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미리 접한 필자로서는 영화 <박쥐>를 보기에 앞서 소설을 한번쯤 읽어본 후 관람하길 권하는 바이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 입혀 놓은 박찬욱 감독의 옷은 가히 매력적이고, 이채롭기 때문이다. 원작과의 비교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색깔이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느냐를 보다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독서가 될 것이기에 <테레즈 라캥>을 미리 읽어 보길 권하는 것이다. 남성으로서 무능력한 남편과 괴팍하고 차가운 시어머니로 인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한 채 살아가는 한 여자가 있다. 그런 그녀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남편의 친구다. 서로의 본능에 이끌려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게 되는 두 주인공은 남편을 살해하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된다.

영화 <박쥐> 속에는 소설 <테레즈 라캥>의 큰 줄기가 고스란히 심어져 있다. 치정극이 중심이 되는 원작소설의 줄거리를 기반으로 그것을 풀어가는 박찬욱 감독만의 색깔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일단 남자 주인공을 뱀파이어가 된 신부로 설정한 것부터 찾아볼 수 있다. 파격적이지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주인공을 통해 그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기발하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한 문제를 깊이 있게 그려나간다면,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욕망과 도덕, 본능과 이성적 윤리 등의 충돌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뱀파이어와 신부라는 극단적인 성향의 존재들을 하나로 엮어 놓은 발상에서부터 박찬욱 감독은 그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색깔이 가득한 영화임에도 영화 속에는 원작에 대한 감독의 오마쥬가 군데군데 담겨져 있다. 그중 원작 캐릭터의 이름을 본 딴 듯한 이름이 인상적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여주인공 ‘테레즈’는 ‘태주’로, 시어머니인 라캥 부인을 ‘라여사’로, 무능한 남편인 ‘까미유’가 ‘강우’로 변형된 모습은 원작을 아는 관객들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인상을 심어준다. 게다가 원작을 지배하는 음침하면서도 칙칙하고 눅눅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낸 세트는 소름이 끼칠 정도며, 절정에 해당하는 호수 장면과 환상과 실재가 오가는 히스테리컬한 장면들에 대한 묘사는 짜릿함까지 느끼게 한다. 박찬욱 감독은 철저하게 자신이 꾸며 놓은 옷을 입혀 놓으면서도 그 속에서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 그대로 살아 숨 쉬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설을 먼저 접한 관객들에게는 비교를 통한 차이점을 찾기 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의 본능과 도덕적 신념, 억압된 욕망과 윤리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영화 <박쥐>는 아이러니와 대립의 지속적인 충돌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신부 ‘상현’은 해외에서 진행 중인 백신개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던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현은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누군가의 피를 수혈 받고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 영화 속 상현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진심으로 가득 한 친절한 신부다. 하지만 수혈을 받은 뒤 그는 특별하게 변해 버린다. 솟구치는 성적 욕망에 괴로워하고, 누군가의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가 된 것이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인간으로서의 모든 본능적 욕구를 참아야만 하는 신부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하는 뱀파이어의 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돌과 대립이다.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나간다.

상현이라는 캐릭터는 신부로서의 도덕적 신념과 뱀파이어의 생존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의 살인 본능과 그것을 억제하려는 신부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현의 모습은 스토리의 극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여기에 더해진 또 하나의 갈등요소는 바로 인간적 욕망과 도덕적 윤리 사이의 충돌이다.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나약한 남편과 오직 아들만이 우선인 괴팍한 시어머니 사이에서 자신의 욕망을 철저히 억압한 채 살아 온 태주는 남편의 친구인 신부 상현에게 묘한 이끌림을 가지게 된다. 상현 역시 태주에게 여자로서의 성적 매력과 동정심을 가지게 되고, 둘의 관계는 은밀하고 위험하게 발전해 간다.

영화는 상현과 태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상반되는 요소들 간의 지속적인 충돌과 대립으로써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내면적 갈등과 욕구불만인 여자와 그녀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려는 남자의 관계를 통한 본능과 도덕적 신념 사이의 대립 등이 끊임없이 부딪히고, 싸우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 혼란스러움에 대한 묘한 흥미를 갖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감정들의 대립을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입시킴으로써 엉뚱하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매 작품마다 인간의 존재와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더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질문을 던져 준다.

그로테스크함과 관능이 절묘하게 혼합된 매력적인 치정 멜로!! 자극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기괴하지만 전혀 천박하지 않다!!

인간의 본능과 도덕적 윤리 사이의 충돌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벗어나 그것을 이야기하는 도구이자 영화 <박쥐>의 큰 줄기를 형성하는 것은 바로 두 남녀의 치정극이라는 점이다. 친구의 아내와의 관계를 통해 욕망을 충족하려는 신부와 그러한 관계로써 해방감을 느끼는 여자의 이야기는 파격적인 치정 드라마 그 자체이다. 사실 이것만 놓고 봐서는 TV드라마에서도 흔히 봄직한 불륜드라마로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 두 주인공의 욕망과 히스테리적 변화를 통해 소름끼치는 치정 심리 서스펜스를 보여주었다면 영화 <박쥐>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로써 보다 가학적이고, 기괴한 모습의 치정 멜로를 그려 나간다.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감독의 방식은 혹독할 정도로 가학적이고, 극단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탄생시킨 <박쥐>의 치정 멜로는 가히 그로테스크하고, 이채로운 느낌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세련되게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다. 바짝 긴장하게 만들다가도 특유의 유머로써 이완시켜주는 능력 또한 놀랍다. 뜬금없는 유머와 엉뚱함마저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작품 속에 녹여내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을 다시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뱀파이어가 주인공이고, 게다가 그가 보여주는 기괴하고 히스테리컬한 치정극이 결코 혐오스럽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속에 녹아 있는 감독 자신의 고민과 그 흔적 때문이다. 지극히 자극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소름끼치도록 기괴하지만 천박해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박쥐>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박찬욱 영화에는 꼭 있다!! 예측불허의 입체적 캐릭터와 박찬욱식 유머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매력!! 세트와 음악이 내뿜는 자극적 대립으로 인한 강렬한 중독증세!!


원작소설과의 대입,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만을 찾기 위해 영화를 감상한다면 영화 <박쥐>가 그리 매력적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두 가지 요소로만 가득 찬 영화였다면 여느 고리타분한 예술영화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 <박쥐> 속에는 감독인 박찬욱의 색깔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기에 잠시도 한 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다소 엉뚱하고 과장되지만 성격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캐릭터들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주인공인 상현과 태주는 두 말이 필요 없으며,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무능한 남편 강우와 시어머니인 라여사 역시 원작 속 성격이 극대화되면서도 개성 있게 그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못지않게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시킨 주변 캐릭터들 역시 스토리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큰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지게 하는 박찬욱식 유머와 대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너나 잘하세요.”라는 한 마디에서도 알 수 있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에는 독특한 유머가 담겨 있으며, 뜬금없이 등장하는 엉뚱한 발상들은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 <박쥐> 역시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내뱉는 유머러스한 대사들, 그리고 기상천외한 감독의 상상력은 영화를 보는 동안 끊임없이 흥미와 호기심을 제공한다. 영화의 핵심이 되는 상현의 기도문과 라여사의 집에 모인 ‘오아시스’ 회원들이 나누는 무미건조한 대화들, 상현과 태주의 엉뚱한 대화들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자칫 무겁고, 칙칙하며, 가학적으로만 비쳐질 수 있는 그의 영화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매력에 이끌리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박찬욱 감독표 캐릭터와 유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얹자면 사소한 소품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한 흔적들이다. 영화는 상반되는 본능을 충돌시킴과 동시에 그것을 담아내고 있는 공간과 구성요소들 역시 그러한 맥락을 함께 한다. 서구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충돌이 그것이다. 영화의 주요 세트인 병원과 라여사의 한복집, 영화의 주요 테마곡으로 사용되는 바흐의 칸타타 No.82와 감독이 직접 선곡했다는 1930~40년대의 노래들이 그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죽음마저도 영원한 안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성서의 구절을 담은 바흐의 칸타타 No.82는 서구의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다. 여기에 회한과 그리움, 추억과 향수 등 한국적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이난영과 남인수의 옛 노래들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한층 더 세련되게 만든다.

영화는 후반부터 다시 시작한다..!! 영화 <박쥐>의 후반 이야기는 박찬욱 감독의 고집이요, 결말은 그의 고민어린 선택이다!!

영화의 중반까지 원작인 <테레즈 라캥>을 바탕으로 한 박찬욱식 기괴한 치정드라마가 펼쳐 졌다면 후반부는 그야말로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 자유분방하리만큼 솔직하게 묻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편과 친구를 죽인 두 주인공 태주와 상현은 이후 죽은 강우의 환영에 시달리며 점차 히스테리컬하게 변해간다. 서로에 대한 성적 쾌감까지 잃어가는 둘은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순간부터 영화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서 자연스레 벗어난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박찬욱 감독의 고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일순간 세트를 하얗게 변화시키고, 캐릭터의 내면적 갈등을 극대화하며, 두 인물 간의 충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후반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매 장면들은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강한 인상으로 다가 온다는 점이다. 하얗게 칠한 세트 위에 뿌려지는 붉은 빛의 피와 시종일관 고뇌해 오던 문제에 대한 갈등을 해소해 가는 상현의 모습과 그에 반발하는 태주,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지켜보는 라여사까지 이것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장면들은 매 순간마다 소름끼치도록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그간의 모든 갈등요소를 군더더기 없이 해소시키며, 강한 임팩트와 주제의식으로써 마무리 짓는 결말 역시 만족스럽다.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귀신 송강호!! 분위기를 장악하는 김옥빈의 재탄생!! 싱싱한 연기의 맛을 전해주는 김해숙과 신하균!! 이들은 최고의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은 특별한 장기를 지닌 감독이다. 그는 영화를 통해 배우들의 매력을 그가 가진 잠재력의 끝까지 이끌어내도록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올드 보이>의 강혜정이 그랬고,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또한 그 수혜자 중 하나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한 김옥빈은 그 공식을 유감없이 증명해주고 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초점 없는 시선 등 욕구불만으로 찌든 태주의 모습은 어느 순간 잔인하면서도 차가운 모습으로 변모한다. 소설 <테레즈 라캥>의 테레즈만큼이나 극단적이고 히스테릭한 감정변화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김옥빈의 연기는 그야말로 재발견 그 자체다. 그동안 필모그라피를 모두 잊고 재탄생한 느낌마저 든다. 영화 속에서 태주를 향해 속삭이던 상현이 대사처럼 “Happy Birthday 옥빈씨”를 외쳐주고 싶을 정도다. 명품 연기자 송강호에 못지않은 압도적인 연기로 영화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그녀의 매력은 칭찬받아 마땅할 따름이다.

굳이 일찌감치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송강호라는 배우는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한 귀신이다. 복잡한 심리적 갈등과 내면적 아이러니의 충돌을 표현해내는 송강호의 연기는 영화의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박찬욱 감독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배우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성기노출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보여준 그의 주저 없는 연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소름끼치도록 만든다. 어찌 보면 신선하지만, 한편으로는 엽기적이기만 한 뱀파이어와 신부의 조합이 결코 거북하거나 혐오스럽지 않았던 것은 송강호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것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파격적인 전라 연기와 극단적인 감정변화로써 소름기치는 연기를 보여준 송강호와 김옥빈이 튼튼한 기둥의 역할을 해준다면 주변 캐릭터를 연기한 여러 배우들의 연기는 그것을 꾸며주는 싱싱한 잎사귀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특히, TV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김해숙은 영화의 무게를 제대로 잡아 준다. 대사 보다는 소름기치는 눈빛만으로 극한의 분노를 표현한 김해숙의 연기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에 나약하고, 부족한 아들 강우로 신선한 연기변신을 보여준 신하균이 보여주는 기괴한 연기 역시 절묘하게 어울린다. 이들과 더불어 송영창, 오달수, 박인환 등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주변 연기자들은 영화 <박쥐>를 구성하는 값진 주인공들이라 할 수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영화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다. 뿌리에는 그의 고집이 박혀있고, 그것을 타고 올라가는 줄기에는 그의 색깔이 가득 묻어 있으며, 그것들을 완성해가는 그의 재능은 매우 탁월하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통해 보여주는 관능과 기괴함의 절묘한 조화는 지독할 정도로 중독적이고, 매력적이다. 거기에 송강호와 김옥빈의 빈 틈 없는 연기가 보여주는 멜로드라마는 잔인할 정도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올드 보이>로 박찬욱 감독에게 심사위원 대상을 안겨준 칸느 영화제는 올해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주었다. 또다시 세계인들의 눈앞에 그의 고집과 재능이 듬뿍 담긴 영화를 내놓은 박찬욱 감독. 영화 <박쥐>를 본 후, 들리게 될 그들의 박수소리가 빨리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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